한국이 미국과 본격적인 ‘원전동맹’을 시작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화려하게 꾸미기 위해 내세우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양자 협력 구상이 아니다. 우리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원 팀을 구성한다. 미국은 원천기술·자본·외교력을 제공하고, 우리는 부품·설계·시공·운전을 담당한다. 국제 원전 시장을 겨냥한 절박하고 현실적인 동맹이다. 첨단 신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이 목표다.첨단기술의 이전과 수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도 체결하고, 2018년 8월 이후 중단되었던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도 다시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용이 몹시 실망스럽다. 누구나 상식으로 알고 있는 해양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촉구하는 방관자적 발언은 무의미한 것이다. 일본 국민에 대한 공감의 자세가 절실하다. 과도한 ‘국민적 우려’가 합리적인 ‘과학’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본과 국제사회의 전문적인 수습 노력에 우리 정부와 전문가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진짜 원자력 전문가는 철저하게 배제시켜 놓고 어설픈 환경단체의 섣부른 주장에만 매달리는 정부와 여당의
고등학생의 과학 논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 딸의 병리학회 논문은 저자 표기와 생명윤리 위반 등의 이유로 학회에서 직권으로 철회시켜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야당 원내대표 아들의 국제학술회의 발표가 문제라고 한다. 미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발표한 것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1쪽짜리 ‘포스터’일 뿐이고, 정작 ‘논문’은 쓴 적이 없다는 것이 항변이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공저자의 자격논문은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과학자는 학술논문을 통해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동료들
검찰이 국회 청문회를 앞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규모가 엄청나다. 무려 20여곳을 수색했다.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이 수사 대상이 된 모양이다. 가족들의 출국도 금지시켰다. 대형 조직범죄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 초대형 수사다. 정말 듣도 보도 못 한 일이다. 신임 검찰총장이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함부로 시작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이다. 이미 확보한 물증과 심증이 상당하다는 것이 상식적인 추론이다. 모든 의혹이 ‘가짜 뉴스’라던 후보자와 정부·여당의 억지가 무색해졌다.명예저자 금지 규정 위
그동안 중요한 소재산업을 소홀히 해왔다는 따가운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의 73%를 차지하는 반도체 기업이 에칭가스(불화수소)처럼 중요한 소재를 일본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소재의 국산화를 통해 탈일본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매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행정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금융·행정 지원을 강화해서 당장 소재를 국산화하겠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런데 눈앞의 대형 산불을 끄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산불 진화에 쓸 소방 헬기 개발 전략에만 매달리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조작·은폐해왔던 관련자 34명이 검찰의 재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6년의 어설펐던 검찰 수사보다는 훨씬 더 철저한 수사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부의 책임은 밝혀내지 못했다. 가장 확실한 과학적 증거인 피해자를 제쳐두고 엉뚱하게 동물실험에만 매달렸던 환경부·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 참사특별위원회의 일부 위원·전문가·시민단체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환경부의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인정해준 피해자는 신고자의 12.9%에 불과한
일본의 느닷없는 경제 보복으로 반도체 공정용 초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입이 끊겨버렸다. 수요의 90% 이상을 일본산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재고가 바닥이 나면 더 이상의 생산은 불가능해진다. 검증이 덜 된 러시아산이나 국산이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인지는 신중한 확인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반도체 신화가 무너지고, 국민 경제가 흔들리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물론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우리를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일본의 졸렬한 만행은 절대 용납할 수
지난 6월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라크루아가 우리를 ‘복제견의 나라(pays des chiens clones)’로 소개했다. 공항의 마약탐지에 복제견을 활용하고, 죽은 애완견을 상업적으로 복제해주는 별난 나라라는 것이다. 복제 기술을 부러워하는 논조가 아니다. 오히려 심각한 윤리적·철학적 문제를 철저하게 외면하는 우리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체세포 복제를 통해 죽음을 회피해보려는 욕망은 생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고, 인간과 개의 유대관계는 유전자를 통해서 형성되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었다. 인간 복제 시도에
인천의 ‘붉은 수돗물’ 소동이 수도사업본부의 총체적 관리부실에 의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정수장의 정비를 위해 수돗물 관로를 변경하는 수계(水系)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던 모양이다. 대형 수도관에 고압의 수돗물을 급하게 역류시킨 것이 화근이었다. 수도관에서 떨어져나온 붉은 녹과 물때가 정수지 바닥에 쌓여 있던 침전물과 뒤섞이면서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시뻘건 녹물이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공급되었다.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상식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 20일이나 허둥거린 환경부와 인천시의 부실도 심각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정부가 안전성을 장담하던 수소가 흉측하게 터져버렸다. 고압가스 폭발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던 일도 아니다. 그런데 지난 5월 23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는 심상치 않았다. 야외에서 일어난 폭발치고는 피해가 너무 컸다.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3동의 건물이 풍비박산 나버렸다. 잠정 피해액이 무려 340억원을 넘는 모양이다.폭발의 양상도 특이했다. 옅은 섬광(閃光)이 순간적으로 번쩍인 후에 약간의 흰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유리창·벽·지붕이 깨지고, 구겨지고, 부서졌다. 저장탱크의 파편 안쪽에 검은 그을음
무게(질량)를 나타내는 킬로그램(㎏)의 뜻이 달라졌다. 프랑스가 130년 전에 만들어서 애지중지 관리해왔던 원기(原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우주의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새로운 우주적 기준이 도입됐다. 이제 킬로그램은 빛을 구성하는 광자(光子)의 에너지와 빛의 색깔을 나타내는 진동수 사이의 비례상수인 플랑크 상수에 의해 정해진다. 7개 기본단위로 구성된 국제표준단위(SI)가 객관적·보편적인 ‘우주적 도량형’으로 발전한 것이다. 원기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도량형은 국가 권력의 상징길이·면적·부피·무게 등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 성분이 들어 있는 ‘농약 맥주’가 버젓이 수입·유통되고 있다는 괴담에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양이다. 수입 맥주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던 많은 소비자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1종의 수입 맥주·와인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야만 했다. 다행히 ‘농약 맥주’는 없었다. 적지 않은 검사 비용만 쓸데없이 낭비해버린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에도 국산 맥주 10종을 검사했지만 괜한 논란이 두려워서 결과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한다.‘1군’보다 ‘2A군’이 더 무섭다고?글리포세이트가 국제
얼마 전 산업부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초안을 내놓았다. 작년 11월 워킹그룹의 권고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탈원전·탈석탄의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2040년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권고안의 40%에서 30~35%로 축소한다. 이제라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식한 것은 다행이지만 축소된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확실하다. ‘에너지 공급 방안’과 ‘에너지원의 구성’은 통째로 빼버렸고, 전력 믹스(mix)도 하위 계획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떠넘겨버렸다. 대통령이 강조하던 수소경제도 마
유류세가 5월 7일부터 리터당 휘발유 65원, 경유 46원, LPG 16원씩 오른다. 정부가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말까지 연장하는 대신 인하 폭을 현행 15%에서 7%로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동안 이미 기름값은 리터당 70원이나 올라버렸다. 급등하는 국제유가와 침체된 내수경기를 고려했다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크다. 영세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의 심정은 절박하기만 한데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나는 8월 말에는 정부가 또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 알 수 없다.널
과학기술계가 쑥대밭이 돼버렸다. 노벨상도 못 받아오는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 집단이라는 오래된 푸념은 오히려 사치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윤리적으로도 신뢰할 수 없는 ‘찌질한’ 집단으로 전락해버렸다. 논문 표절, 연구비 유용, 연구실의 비윤리적 운영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고, 과학자의 개인적 일탈도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 연구비 관리나 연구 성과 활용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명망 있는 과학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물 관리의 전권을 넘겨받은 환경부가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금강·영산강의 보(洑) 5개를 무력화시키는 행정 절차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자연성 회복을 핑계로 보의 해체와 상시 개방을 제안한 것이 그 시작이다. 지자체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졸속으로 이루어진 수질·경제성 평가를 도무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졸속을 탓하던 정부가 똑같은 졸속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고, 경제
봄기운은 완연한데 도무지 봄을 즐길 형편이 아니다. 연일 계속되는 끔찍한 미세먼지 폭탄 때문이다. 청정 지역이었던 제주도까지 포함한 한반도 전체가 온통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숨을 곳도 없고, 도망갈 곳도 없었다. 3월 5일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관측 사상 최악인 144㎍/㎥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동안 국가적 재난 상황이 이어졌다. 석탄화력을 세우고, 인공강우를 시도하고,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인 ‘비상조치’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정체된 대기가 만들어낸 재앙봄철 미세먼지는 어쩔 수 없는 불청객이
유해물질의 ‘허용기준’이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허용기준을 몇 배 초과한 제품이 확인되면 누구나 당장 재앙이 닥쳐올 것처럼 떨게 된다. 과량섭취에 의한 급성 부작용을 들먹이는 어설픈 전문가와 언론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다른 나라의 허용기준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소비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도입한 허용기준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발암물질과 보존제에 대한 오해도 심각하다.고속도로 제한속도와 같은 개념허용기준은 정부가 가공식품·공산품·의약품·농축산물의 위생적인 생산·유통 관리를 위해
탈원전을 핑계로 태양광·풍력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던 정부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대선공약에도 없었던 ‘수소경제’가 대세라고 한다. 2040년까지 무려 640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고, 대규모 연료전지 발전소를 짓겠다는 화려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았다. 스스로 수소경제의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돌발적인 의지에 정부의 에너지·산업정책이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그런데 정부의 로드맵은 대통령의 기대조차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수소차는 아직도 엄청난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시장에 내
최근 제19호 태풍 솔릭(‘전설의 족장’이란 뜻)이 한반도를 관통했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한 것은 2012년의 카눈·덴빈·볼라벤·산바 이후 6년, 2016년 제주도 동쪽과 부산을 스치듯 지나간 차바 이후 2년 만이었다. 당초 기상청은 2010년 9월 서울 북쪽을 지나면서 18명의 사상자와 1761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던 곤파스에 버금가는 피해가 걱정된다고 예보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초속 62m의 강풍이 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솔릭은 뒤늦게 전남 해안으로 상륙해 12시간 만에 동해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2000년 이후 한반